소개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콘텐츠를 접하며 살아갑니다. 뉴스, 영상, 카드뉴스, 쇼츠, 릴스,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까지. 이 모든 정보는 손가락 스크롤 한 번으로 넘기고, 다음 것을 향해 이동합니다. 텍스트보다 영상이 빠르고, 영상보다 요약된 글귀가 더 쉽게 소비되는 시대. 이런 디지털 환경 속에서 긴 글을 읽는 독서,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는 시간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어떤 독서 습관을 가져야 할까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여전히 책을 가까이 두고 싶은 이들을 위해 오늘은 ‘SNS 시대의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변화한 환경 속에서 집중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책을 선택하고 읽는 기준은 무엇인지, 또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읽기 습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 줄어드는 집중력,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SNS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속도입니다. 15초짜리 영상 하나에 웃고, 짧은 문장 몇 개에 감동하며, 손가락은 끊임없이 다음 콘텐츠를 찾아 움직입니다. 이러한 정보 소비 방식은 뇌에 즉각적인 자극과 보상을 주기 때문에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길고 느린 활동인 독서는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소비가 반복되면서 우리의 집중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집중 시간은 2000년대 초반 12초에서 현재는 8초 이하로 줄어들었고 이는 금붕어보다 짧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집중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상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방식으로 읽기를 시도하느냐입니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첫걸음은 독서를 다시 루틴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매일 5분이라도 같은 시간에 책을 펼치는 습관을 들이면 뇌는 그 시간대를 ‘집중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책의 난이도나 양이 아니라 ‘책을 읽는 상태에 들어가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읽는 공간을 분리하고, 가능하면 종이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종이책은 눈의 피로가 적고, 물리적으로 손에 쥐고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가 몰입을 돕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짧은 에세이나 소설로 시작해 점차 독서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집중력은 회복 가능한 자산이며, 우리가 다시 깊이 있는 독서로 돌아가기 위해 꼭 회복해야 할 중요한 능력입니다.
2. 정보 과잉 속에서 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SNS를 비롯한 디지털 환경은 우리의 삶을 분명히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도서관을 찾아야만 알 수 있던 지식과 정보가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즉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보의 바다에는 가짜 정보, 단편적인 요약, 편향된 시각도 함께 떠다닙니다. 정보는 많지만 ‘생각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우리는 점점 더 피상적인 이해와 빠른 판단에 익숙해집니다. 이런 시대에 책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게 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사고의 훈련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책은 하나의 주제를 둘러싸고 논리를 전개하며, 다양한 관점과 사례를 엮어 독자에게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정보가 아닌 이해를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SNS에서는 “자기 결정성이 중요하다”라는 한 문장만 접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 이론이 왜 생겨났고 어떤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는지, 실제 삶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소비자'에서 '비판적 사고자'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즉, 책은 정보를 선별하고 필터링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며, SNS 속 정보 과잉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책을 선택할 때도 같은 맥락이 필요합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 어떤 주제에 집중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기 있는 책,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관심과 맥락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독서 지속력과 몰입도를 높이는 비결입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나만의 기준과 취향을 가진 독자가 되는 것이 SNS 시대 독서의 핵심입니다.
3.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읽기 습관 만들기
이제는 독서라는 행위도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책을 종이로만 읽는 시대는 지났고, 전자책 리더기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디오북은 이동 중이나 산책 중에도 책과 함께할 수 있게 했고, 일부 독자들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책 내용을 요약하거나 토론하듯 독서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읽기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읽기 습관은 단지 형식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우선 ‘완독’이라는 부담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만 독서인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읽고, 중간에 메모하거나 정리하는 방식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입니다. 핵심은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보다, 얼마나 생각하며 읽었는가, 그리고 읽은 것을 어떻게 삶에 연결했는가입니다.
또한 요즘처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소비하는 콘텐츠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단편 독서 루틴이 효과적입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 한 문단, 한 문장만 정해 읽고, 그에 대해 짧게 감상이나 생각을 메모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특히 글쓰기와 연결되기 때문에, 사고력과 표현력 향상에도 도움을 줍니다. 독서를 통해 나만의 문장을 쌓아가다 보면, 읽는 행위가 단순한 소비가 아닌 창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이나 독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습관입니다. 타인의 해석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서로의 질문과 감상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특히 디지털 공간을 활용한 온라인 독서 모임은 지역과 시간의 제약 없이 많은 이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마무리하며
SNS 시대의 독서는 과거보다 더 유연해졌고, 그만큼 선택의 자유도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집중력의 저하, 정보 과잉, 깊이 있는 사고의 부재라는 새로운 도전도 함께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책은 단순한 정보의 매체가 아니라 생각의 도구로서 더욱 중요해집니다. 우리는 더 이상 하루 종일 책만 읽는 독자가 아닙니다. 대신 짧은 시간이라도 깊게 읽고, 스스로 생각하며, 읽은 것을 삶에 반영할 줄 아는 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읽는 방식과 태도는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 하루 10분, 책을 펼쳐보는 것으로 당신의 집중력, 감각, 사고는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문장이, 당신을 다시 나답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